MAGAZINE SEASON
인터뷰 : 이야기가 찾아오는, 백수린
백수린 작가는 등단 전, 소설을 자유롭게 쓰던 시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가 나를 찾아오면 그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찾아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 형태를 찾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그 시절에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첫 소설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첫 소설집이 새롭게 세상에 나오게 된 지금 소설가 백수린의 시작과 현재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Q. 『눈부신 안부』 출간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작년 5월에 『눈부신 안부』가 출간된 이후 매우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어요. 짧은 글의 책이었지만 번역서도 두 권 출간했고, 장편 번역 원고 넘긴 것도 있고요. 단편도 몇 편 썼네요.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최근 들어 한 달 동안 쉬고 있었어요.
Q. 어떻게 쉬고 계셨어요?
여행도 다녀오고 못했던 집 청소도 하고 (웃음) 사람들도 만나고…… 일상에 집중하며 보냈습니다.
Q. 『폴링 인 폴』의 판권을 살펴봤습니다. 출간 연도가 2014년이었어요.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에 출간된 첫 소설이 2024년에 다시 개정판으로 출간이 됩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작년에 『눈부신 안부』를 출간할 때 편집자님께서 2024년이 『폴링 인 폴』이 출간된 지 10년이 되는 해인데, 출간 10년에 맞추어서 개정판을 내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 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벌써 10년이 되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세월이 정말 빠르게 흘렀구나, 그동안 내가 정말 많은 일들을 해왔고 열심히 살았구나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첫 책을 냈을 당시에는 10년 차 작가들, 7년 차 작가들을 보며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나도 10년은 쓰고 싶다. 그 이상을 쓸 수 있으면 더 좋지만 못해도 10년은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첫 소설집이 나온 지 10년이 됐다니까 감개무량하네요.
Q. 그럼 10년 전으로 시간을 한번 되돌려볼게요.
10년 전에 첫 소설집이 나왔을 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혹시 기억이 나시나요?
그럼요. 근데 첫 소설집을 냈을 때는 무척 이상한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기쁨도 당연히 있었는데 그 기쁨의 시간은 아주 짧았고, 아주 깊은 우울감을 오랫동안 느꼈어요. 근데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여러 작가님도 그런 기분을 느끼곤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첫 책을 내었다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Q. 깊은 우울감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뭐랄까. 제가 머릿속으로 가지고 있던 이야기들이 물성을 띤 뭔가로 태어났는데 거기에서 오는 허탈감이 가장 크게 있었던 것 같아요. 동시에 이 글들이 이제는 정말 세상에 던져진다는 두려움. 그전에는 이 이야기들이 내 머릿속에만 있는 나만의 것이었는데 이젠 책이라는 물성을 지닌 것이 되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세상 속 고정된 무엇이 되었잖아요. 그런 사물을 오롯이 마주했다는 사실이 자아내는 이상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있었던 것 같아요.
Q. 그럼 첫 소설집을 냈을 때 온전히 즐기지 못하셨다면 이번에는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맞아요. 사실 개정판을 내자고 했을 때는 ‘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첫 책은 그냥 흘러간 대로 두고 새로운 작품을 내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예전에 쓰인 작품이라 지금 봤을 때 조금 미숙하거나 유치한 부분도 있을 텐데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집을 새로이 읽으면서 ‘아, 이 책을 온전히 맞이할 수 있겠다. 이제야 정말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온전히 축복해줄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제게 찾아온 그 마음이 너무 신기했고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어서 이번 개정판 내는 일이 뜻깊은 작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깨달을 수 있었어요.

Q. 이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폴링 인 폴』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나오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폴링 인 폴」의 짝사랑하는 인물 나에게 마음이 갔어요.
저 역시도 예전에 짝사랑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유난히 공감이 됐던 것 같은데, 작가님께서는 어떤 인물에 가장 마음이 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 소설집에 있는 인물 중에서는 「감자의 실종」에 나오는 주인공이 가장 마음에 오랫동안 남았어요. 「감자의 실종」은 제가 습작할 때 썼던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요즘 제가 쓰는 소설들의 결과 조금 다르고 형태적으로는 환상성을 띠는 소설인데다 주인공의 직업도 작가가 아니라 성우니까 독자분들이 읽으실 때 저에게서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폴링 인 폴』에 실린 소설 중에서는 「감자의 실종」의 주인공이 습작 당시의 제 내밀한 마음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인물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개정판을 준비하며 이 작품을 다시 읽었을 때, ‘아, 소설가를 처음 꿈꾸기 시작할 즈음 내게 이런 마음들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이런 마음’이라 하면 어떤 마음일까요?
「감자의 실종」은 주인공이 그동안 생각했던 ‘감자’라는 단어가 갑자기 어느 날 불현듯 깨어보니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미로 사용이 되고 있는 상황을 겪게 되면서 말을 점점 잃게 되는 내용인데요. 그러다 자기와 똑같은 의미로 그 ‘단어’를 쓰는 사람을 찾으려 용기를 내거든요. 그런 모습이 제가 소설을 쓰려고 했던 당시의 제 출발점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라도 나의 언어를 이해해줄 누군가가 이 세상에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고 두려운 마음을 안은 채 키보드를 치는 주인공이 있는데, 그런 모습이 습작 당시의 제 마음과 닮아 있던 것 같아요. ‘내 글이 잘 전달이 될까?’라는 두려움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쓰지 않으면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을) 아무도 찾지 못할 테니 용기를 내자, 하는 두 가지 마음 사이의 주저함. 그런 면들 때문에 「감자의 실종」 속 주인공이 애틋하게 생각됩니다.
Q. 『폴링 인 폴』을 비롯해서 『눈부신 안부』, 그리고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 그간의 작품들을 보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살펴봐주고 보듬어주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 인물들을 써야겠다는 계기나 마음먹는 순간 등이 궁금해요.
제가 인간에 대해서 느끼는 주된 감정 중 하나가 연민이나 안쓰러움인 것 같거든요. 소설을 쓰다보면, 특히 분량이 긴 소설을 쓰다보면 인물들을 보듬어주고 싶어질 때가 많아요. 물론 연민의 마음만으로 소설을 쓰지는 않지만요. 어떤 사람을 볼 때,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이 사람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이 사람의 마음에 어떤 감정이 있을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사실 모든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은 물론 자신의 마음조차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대부분은 누군가를 볼 때 표면만을 보고 지나가고 그러다보니 그 사람을 이상하고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거나 그럴 때가 많기도 하고요. 그런데 소설가일 때의 저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다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짠하게 느껴지고, 그러면 그 사람을 변호해주고 싶고, 그 사람을 돌봐주는 사람도 만들어주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Q. 표제작 「폴링 인 폴」에는 이런 문장이 나와요.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사랑을 해.”
하지만 작가님의 작품에는 서로 다른 언어나 국적이기에 불가피한 거리감 등을 넘어서는 서사들이 자주 보여요.
그런 이야기들로 하여금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소설에 언어나 국적이 다른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소통과 관련된 은유적인 상황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설정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해가 발생하고 소통이 미끄러지는 것, 그런 순간들에 관심이 많은데요. 그런 상황을 소설적으로 보여주기에 제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식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 간의 대화의 시도, 그들끼리 뭔가를 전달하려고 애를 쓰거나, 가까스로 이해에 닿거나 닿은 줄 착각하는 상황들을 보여주는 일이었어요.
Q.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에는 작가님의 당선작 「거짓말 연습」도 수록되어 있죠.
이번에 소설집을 살펴보면서 인터뷰도 한번 찾아보았어요.
2011년 경향신문으로 등단을 하셨는데요, 해당 인터뷰에는 이런 답변이 실려 있습니다.
“경계에 놓인 이름 없는 존재들에 관심이 많다. 그런 존재들에게 이름을 찾아주고 싶고, 인간에 대해 잘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당시의 답변과 더불어 10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백수린은 어떠한 지점에 있는지 궁금해요.
등단했을 때 했던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하죠. 시간을 되돌려 제가 그간 냈던 소설들을 돌이켜보면 어떤 소설들에서는 그런 경계에 있는 인물들에게 뭔가 발언권과 이름을 주고 싶은 마음이 더 드러났고 또 어떤 작품들에서는 언어로 명명될 수 없는 감정들, 경계에 있는 감정들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지난 10년간 제가 해온 작업은 그런 식으로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눈부신 안부』 이전에는 이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없는 작업처럼 생각했어요. 그런데 『눈부신 안부』를 쓰면서 경계에 있는 인물들과 명명될 수 없는 감정들 모두를 같이 가져가면서 쓸 수 있는 저만의 소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고, 앞으로 그런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이번 레터 주제가 ‘폴링 인’이라, 작가님께서 빠져 있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여러 인터뷰를 찾아보았어요.
고등학생 시절에 ‘베이킹’에 빠져 계셨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제가 중고등학생이었던 시절엔 주변에 베이킹하는 사람들이 정말 없었거든요. 그때는 인터넷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힘들 때여서 잡지 같은 데서 레시피를 보면 오려서 스크랩도 해두고, (앗, 너무 옛날 사람 같네요!) 혼자 방산시장이라는 데도 무작정 찾아가서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제빵 제과 재료를 사고 그랬어요. 제빵 제과를 하는 십대 여자아이는 정말 희귀한 존재라 방산시장 분들이 절 신기해하셨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는 요즘의 원데이클래스처럼 취미로 배울 만한 곳이 전혀 없어서 기본 개념도 없는 채로 온갖 실패를 하면서도 거듭했어요. 그런데도 그게 너무 재미가 있었어요. 그때는 그 어떤 것보다 베이킹을 제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Q. 그럼 그 시절의 베이킹만큼은 아니겠지만 최근에 빠져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요새는 제 몸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요즘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제가 몸이 좀 많이 아팠어요. 아무래도 원고 노동자들은 자세가 안 좋고 하니까 허리나 목, 이런 곳이 정말 안 좋잖아요. 그리고 제가 운동을 워낙 싫어해서 몸에 근육이 없어요. (웃음) 근력이 0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살아야겠다고 (웃음) 생각을 하고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설명을 잘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난 거예요. 뭐랄까, 어느 신체 부위가 아프면 ‘어디가 연결, 연결되어서 어떤 근육에 문제를 일으키고 지금 여기가 방사통 때문에 아픈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주시는 거죠. 예를 들면 ‘편두통이 오면 등 근육이 약하니까 어깨로 일을 다 해 지금 승모근이 아파 편두통이 오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래서 내 몸에 근육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이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그래서 요즘 인터넷에 근육의 이름과 기능 이런 것들을 틈만 나면 찾아보는데 너무 흥미진진해요.
Q. 지난 10여 년간은 명명되지 않은 타인의 마음이나 감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백수린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는 셈인 거죠? (웃음)
네. (웃음) 너무 흥미진진하고 내가 나를 이렇게 잘 몰랐구나, 그리고 나를 아주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사실은 내 몸도 소모품이잖아요. 내 몸을 아끼면서 살아야 했는데 삶의 속도가 그걸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몸의 한 부위가 어긋나면 여기저기가 동시에 무너지는 것을 느껴본 터라 인간의 몸이 더 신비롭게 느껴지고 경이롭게 다가와요.
Q. 앞으로 작가님이 쓰시는 소설에서 근육 이름이 등장하면 오늘의 인터뷰가 너무 떠오를 것 같아요. (웃음)
네. (웃음) 정말 앞으로 소설에 근육 이름들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제 소설에서 내전근, 장요근 이런 단어를 보게 되시면 오늘의 인터뷰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웃음)
아무튼 한 인간이 피아노나 악기보다도 더 섬세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왜 학교에서는 이런 것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지?’ 너무 안타깝게 여겨져요. 어렸을 때, 한 인간이, 생명을 가진 존재가 이렇게 신비롭게 이뤄져 있다는 것을 배우면 모든 존재를 더욱더 허투루 대할 수 없게 될 것 같은데요.

Q. 기존 『폴링 인 폴』을 읽어본 독자와 새롭게 『폴링 인 폴』을 만나는 독자, 각각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폴링 인 폴』을 이번에 새롭게 만나는 분 중엔 저의 책을 하나도 읽어본 적 없는 분들도 계실 테고 제 다른 작품들은 읽어본 분들도 계실 거예요.
먼저 『여름의 빌라』나 『눈부신 안부』는 읽어보셨지만 『폴링 인 폴』은 처음 읽어보시는 독자님들은 개정판 출간을 계기로 저라는 작가의 시작은 어땠는지 그런 것들을 살펴보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스타일의 작품들도 있으니, 그런 작품들이 뜻밖의 즐거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제가 앞으로 선보일 글들의 다채로움을 가늠해보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 작품을 아예 처음 읽어보시는 분들께는 『폴링 인 폴』이 여러 결의 작품들이 담긴 소설집이니 골라 읽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저를 모르는 독자님들께 10년 전에 묶은 책이 그 자체의 힘만으로 지금도 여전히 잘 가닿는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폴링 인 폴』부터 지금까지 쭉 따라 읽어주신 소수의 (웃음) 분들께는…… 제가 개정판 작가의 말에도 써두었지만 10년 전에 『폴링 인 폴』이 세상에 나왔을 때 신인 작가의 책을 기꺼이 사주시고 읽어주신 독자분들이 있어서 제가 지금껏 쓸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이 개정판이 그때 제 책을 사주셨던 분들께 10년 동안의 사랑에 보답하는 선물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폴링 인 폴』에는 아주 특별한 대담도 실리잖아요. 대담에 실릴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서영채 선생님께서 예전에 초기 두 작품 「유령이 출몰할 때」와 「거짓말 연습」을 읽으면서 약간 사뭇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작가가 어떻게 뻗어나갈지 많이 궁금해하셨다고 해요. 『눈부신 안부』와 최근작들을 읽으니까 그 두 가지를 잘 절충해가며 나아가고 있어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그래서 ‘아, 내 뿌리가 내 첫 소설집에 있었구나’라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어요. 그 뿌리가 뭔지는 『폴링 인 폴』 개정판에서 만나보세요. (웃음)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첫 소설집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가 어떤 작가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 작가예요. 소설을 사랑하고, 소설의 힘을 믿는 작가고요. 그리고 오래 쓰고 싶은 작가. 초판 작가의 말을 보니 그렇게 쓰여 있더라고요. “오랫동안 소설을 쓰고 싶다”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소설을 쓰고 싶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소설을 쓰고 싶은 작가입니다.
Interview by. 그나
Photo by. 에일